새타령 새타령 오늘 삭풍이랑 걸음동무하다 만난 새들을 죽 나열하자면 저건 누가 봐도 딱새, 자기만 진짜 새라던 참새, 세상 흔하디흔한 김이 박새, . . . 무서워 줄행랑놓는 잡새, 권력자의 껌딱지인 껌(검)새, 판마다 오판인 판새, 여의도의 녹슨 철새, 먼내먼내 대권을 노리는 개새다 세상살이 2021.12.01
나는 좀비다! 나는 좀비다! 번드레한 저혈(豬血)은 거부하고 순수하고 담백한 적혈만을 벌컥벌컥 마시고자 하는 나는 지독한 왼손잡이의 좀비다 제 부조리를 합리화하는 온갖 가지의 이데올로기를 억패듯 물어뜯고자 하는 나는 신랄한 반체제적인 좀비다 자본의 신 앞에 넙죽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는 자들을 쫓아가 관계의 밥줄을 끊어버리고자 하는 나는 자발적 가난뱅이의 좀비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소?" 오랜만에 만나본 지인들마다 날더러 좀비처럼 말랐다고 하는데 나는 벌써부터 취생몽사의 좀비다! 세상살이 2021.11.15
‘잊혀지는 것’에 대하여 사랑이 아문다 그때쯤엔 너만의 눈과 너만의 입술이 기억나도 이젠 저미지는 않을 것이다 거리 한복판 광화문 광장에서 아무것도 없는 채로 아무것도 아닌 채로 아무것도 못한 채로 어제의 스러지는 가슴으로 오늘은 통곡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버스 맨 뒷자리 한 켠 어딘지도 모르게 고개 기대고 짐짓 눈감아 버려도 차창 밖에서 우는 너를 애틋이 바라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랑이 아문다 그때쯤엔 나만의 여밈과 나만의 가슴앓이라도 이젠 메마른 자유로 혼자가 되어도 좋을 듯싶다 늘상 나를 속박시키던 너의 눈웃음치던 사진을 너의 혼혼한 손의 감촉을 우리의 친밀한 김광석을 가만, 내려놓고 산길을 걸으니 요즘은 취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잦은 감상으로 침울하던 나를 버리고 나니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서 네 정 묻은 오감을 아무때.. 세상살이 2021.10.18
목 혹은 모가지 상병 정기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던 아들은 박박이 황새목이었을 텐데 전 군의 거리두기 3단계 격상으로 휴가 외출 중지라는 비보를 듣고는 가슴이 미어졌을 듯 애고, 안타까운 아들아! 소침해져 자라목이 되었겠구나 코로나야 코로나야 모가지를 쏙 내밀거라 만약 내밀지 않으면 울 아들이 조준사격으로.... 소식이 깡통이었는데 조금 전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10월 28일에 일주일 짜리 휴가를 나온다고 합니다. 비로소 제 얼굴이 복사꽃처럼 환해졌습니다. 지금 나란 자는 팔불출이 되든 말든 이 마당에서 저 마당까지 쾌재를 불러 대고 있습니다. 하하, 세상살이 2021.10.15
이실직고 4행시 이 함박꽃나무에 앉으면 언더도그마에서 벗어나 배덕한 빈자임을 바른대로 고할 수 있을까? 실로 거문고자리에 오르면 주교동의 개, 개 케르베로스를 굴복시키는 헤라클레스가 될 수 있을까? 직시하면 바람과 현실은 늘 대척점에 서 있고 세상사 유혹에 잘도 넘어가는 이반의 형들처럼 눈 감고 귀 막은 서러운 비겁자가 되어 간다 고것 심장만이라도 정직하게 팔딱인다면 오늘 이 괴로움도 꽃으로 청청히 피어나겠지 저 별처럼 송송히 반짝거릴 테지. 세상살이 2021.10.09
나 참 못된 놈! 5행시 나란 자는 세상과 상통하는 문짝에 못을 치고 앉아서 참 착한 네 가슴에 피멍 들도록 대못을 꽝꽝 박아 대거나 못으로 네 발바닥을 찔러 쇳독으로 단디 묶어 두려거나 된서리를 못 박 듯 마구 때려 네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거나 놈팡이 주제에 알량한 자존심으로 네 사랑의 낙원을 끝내 못 밟게 했다. 세상살이 2021.10.01
밥은 사랑입니다 언제 밥 먹어요? 배고파 죽겠다고요! 난 참 한심했습니다 요냥조냥 머슴밥으로 봉곳이 담아 아무때나 엄벙뗑 먹여 주면 그녀의 허기지고 고달픈 생이 배부르고 등 따스워져서 기분 좋게 끅끅 트림해 댈 줄 알았습니다 난 정말 바보였습니다 얼마나 아팠으면.... 바짝 말라 버린 그녀의 가슴을 싹 다 갈아엎고 더운물을 댄 후에 모내고 피사리하여 가을걷이한 인정미로 따순밥 해 달라는 것을 그땐 전혀 몰랐습니다 혹여나, 동정론에 인도되어 그녀가 다시금 나를 찾아와서 오새도새 한솥밥을 먹을 수 있다면 입에 착착 달라붙는 고급진 마님밥으로 때맞춰 한 술 두 술 곡진히 떠먹여 주면서 포만감으로 웃어 쌓게 해 줄 텐데 말입니다. 세상살이 2021.09.25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라! 덤불 속에 가시가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꽃을 더듬는 내 손 거두지 않는다 덤불 속의 모든 꽃이 아름답진 않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꽃의 향기조차 맡을 수 없기에 꽃을 꺾기 위해서 가시에 찔리듯 사랑을 얻기 위해 내 영혼의 상처를 감내한다 상처 받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 받는 것이므로 - 조르주 상드의 ‘상처’ 중에서 세상살이 2021.09.25
비타민 3행시 비맞은 중놈처럼 제임스와 랑게가 어득히 중얼거린 말의 주요 골자는 하찮은 외부 자극에 대한 과민한 신체 반응이 무지무지한 정서 경험의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타자와 나, 공히 제풀로 우니까 슬퍼지고 일부러 웃으니까 행복해 지고 냅따 도망가니까 한층 두려워지고 진드근히 견디니까 종내 이루어진다고 민중들에게 또골또골한 어투로 긍정적 사고와 적극적 행동을 기초로 한 채 생의 발육과 행복 작용에 꼭 필요한 다수의 영양분 섭취를 권장한 것이다. 세상살이 2021.09.24
꽃다짐 여뀌맹키로 독한 말로 보내 짠했네 꽈리맹키로 부러 되숭대숭했다네 금잔화맹키로 나도 겁나 아팠다네 이녁, 차말로 미안허네이~~ 금계국 같이 상클한 기분으로 만났고 장미꽃 같이 열정적으로 사랑했고 능소화 같이 명예롭게 이별했다는 거 말 안해도 다 알제? 맥문동 모냥 아당지고 코스모스 모냥 초롬하고 해당화 모냥 곰살궂은.... 자네가 솔찬히 보고잡네그려 망종화처럼 일편단심으로 부레옥잠처럼 줏대 없이 흔들리지 않고 달개비처럼 순간의 쾌락에 빠지지도 않고 긍께, 잘 전뎌 볼라네 꽃무릇만큼 간간절절한 마음으로 범꼬리만큼 모가지 길게 빼고 배롱나무꽃만큼 묵묵히 기다릴라네 꼭 도라지꽃인 양 살고 있을 것이네 세상살이 2021.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