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코뿔이에게 쫓긴 네가 우리 동굴로 황급히 뛰어들었을 때 나는 뗀석기로 발라 낸 털매머드 살코기를 장작불에 구워 늦은 아침을 먹던 참이었다 할아버지께 손 쓰는 법을 사사 받았고 아버지한테는 바로 서는 법을 배웠던 나 같은 동굴뜨기 원시인의 눈에는 너는 설설고사리처럼 늘씬하고 어여뻤다 자기네 동굴인류가 만든 주먹도끼가 세계 최고라고 뽐내던 모비우스는 우리가 오래 전부터 사용해 왔던 전곡리 주먹도끼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것을 이용해 벽에 시 나부랭이를 휘갈겨 써대는 방안풍수 글품쟁이였고 산너머 동굴의 무녀 딸이라던 네가 장쾌한 재인폭포 앞에서 춤을 출 때면 넌 한 마리의 우아한 두루미였다 ‘행복은 짧고 고독은 길다!’는 딱한 아포리즘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연인과 광인과 시인은 가위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