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358

제비꽃에 대하여(2001년) - 양희은

제비꽃에 대하여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 따로 책을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볼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음음음-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 봐 흔들리지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사람앞에는 제비꽃 한 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볼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음음음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 봐 흔들리지..

민중 가요 2023.03.25

제비꽃 편지(2001년) - 이수진

제비꽃 편지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도 못 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새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도 못 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새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민중 가요 2023.03.25

니힐리즘에 빠지다

니힐리즘에 빠지다 두 눈을 곤두세우고 불침번을 서겠다던 가로등도 맥진해져 꾸벅잠에 빠진 한밤 웃음꽃이 함빡 벙그러지던 춘삼월 호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심연 밖을 건너다본다 멀다, 까마아득히 머얼다 먼 데를 보고 있으면 간절히 걸어오는 사람 하나 있다 하 그리웠던 사람! 요렇듯 쓸쓸히 늙어 가고 있는 나를 상상이나 했을까? 몰풍스레 구는 세상 버리고 저 사람을 꼭 만나야겠다 시린 이 봄밤에

詩詩한 2023.03.15

조율(1994년) - 한돌

조율 담장 밑에 해바라기 고운 꿈을 꾸고 있네 담장 너머 세상을 본 후 고개를 숙여 버렸네 꿈 줄이 풀어졌네 끊어지면 어떡하나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 주세요 정다웠던 시냇물이 검은 물로 흘러가네 어린날의 옛 동산은 병들어 누워있네 사랑 줄이 풀어졌네 끊어지면 어떡하나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 주세요 메마른 마음 속에 사랑의 씨앗을 심어본다 달이 가고 해가 가도 아무런 소식이 없네 믿음과 소망 줄이 풀어졌네 끊어지면 어떡하나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 주세요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 주세요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

민중 가요 2023.03.11